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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피트 파도 속 구조선마저 뒤집혀…해안경비대·경찰 헬기 합동작전으로 전원 구조
3미터 높이의 파도가 선체를 집어삼킨 건 3월 30일 밤 9시 무렵이었다. 푸에르토리코 토아 바하 앞바다, ‘이슬라 데 카브라스’ 해역에서 22피트짜리 보트 한 척이 뒤집혔다.
두 명이 전복된 선체에 매달려 있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청 해양단속요원 3명이 구조에 나섰지만, 10피트(약 3m) 파고 앞에서 그들의 배마저 뒤집혔다. 구하러 간 사람이 구조 대상이 되는 아찔한 상황. 캄캄한 밤바다에 5명이 떠 있었다.
푸에르토리코 경찰 합동신속대응부대(FURA)가 해안경비대 산후안 섹터에 전복 사고를 알린 시각은 오후 9시 5분이었다. 해안경비대는 즉시 긴급해상정보방송을(UMIB) 발령해 주변 선박에 경고했고, 45피트 고속대응정과 MH-60T 제이호크 헬리콥터를 출동시켰다.
📖 용어 해설 | UMIB(Urgent Marine Information Broadcast): 해상 위급 상황 발생 시 주변 선박에 즉시 주의를 알리는 긴급 방송. 한국의 해경 상황전파·항행경보와 유사한 제도다. 이번 사건에서는 전복 직후 발령돼 인근 선박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CBP 카리브해 항공해양지부 소속 해양단속선과 FURA 헬기도 동시에 현장으로 향했다. 사건 직전, 근처에 있던 배가 전복된 22피트 보트와 선체에 매달린 2명을 목격하고 정확한 좌표를 구조팀에 전달한 것이 초동 대응의 결정적 단서가 됐다.
산후안 기지에서 출발한 45피트 대응정은 현장에 도착했지만, 악화된 해상 상태와 암초선 바깥에 위치한 전복 선박 때문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때 CBP 해양단속요원 3명이 자체 선박으로 접근을 시도했고, 거센 파도에 그들의 배까지 뒤집히면서 상황은 한순간에 2배로 악화됐다. 바다 위에는 이제 원래 조난자 2명에 구조요원 3명까지, 총 5명이 파도와 싸우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FURA 헬기가 물에 빠진 5명의 위치를 계속 추적하며, 보트 탑승자 1명과 CBP 요원 1명을 먼저 구조해 이슬라 데 카브라스로 이송했다. 뒤이어 해안경비대 MH-60T 제이호크 헬기가 현장에 도착했고, 구조수영사가 어둠 속 바다로 뛰어들었다.
이 구조수영사가 남은 CBP 요원 2명과 보트 탑승자 1명을 차례로 확보한 뒤, 호이스트로 헬기에 끌어올렸다. 생존자 5명 전원은 산후안의 페르난도 루이스 리바스 도미니치 공항으로 이송돼 응급의료진의 치료를 받았다. 부상은 경미한 수준이었다.

📖 용어 해설 | 구조수영사(AST·Aviation Survival Technician): 미 해안경비대 소속 헬기 구조 전문 요원. 호이스트만으로 구조가 어려울 때 직접 바다에 뛰어들어 생존자를 확보한다. 한국 해경의 항공구조사·특수구조대와 비슷한 역할이다.
이번 구조 작전을 지휘한 데이비드 티라도-톨로사 중위는 해안경비대 항공기지 소속 제이호크 헬기 기장이다. 그는 공식 발표에서 이번 작전을 “화요일 밤 늦게 펼쳐진 훌륭한 팀워크”라고 평가하며, FURA와 CBP의 신속한 행동이 “물속에 있던 5명 전원을 계속 시야에 두고 즉각 구조하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밝혔다.
MH-60T 제이호크는 미 해안경비대의 주력 중거리 구조 헬기다. 1990년 실전 배치된 이래 1만 3,000명 이상의 목숨을 구했고, 4만 8,300회가 넘는 수색·구조 임무에 투입됐다. 시속 250km로 비행하며, 해안에서 482km 떨어진 해역까지 진출해 최대 6명을 호이스트로 탑승시킬 수 있다.
현재 미 해안경비대는 51대의 제이호크를 운용 중이며, 노후 기체를 새 동체로 교체하는 수명연장 프로그램을 2027년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 헬기의 진짜 무기는 기체 성능이 아니라 구조수영사다. 호이스트만으로 구조가 어려울 때 직접 바다에 뛰어드는 이 정예 요원들이 없었다면, 이번 밤바다 구조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구조하러 갔다가 구조 대상이 되는’ 아찔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해상 구조 임무의 본질적 위험성을 보여준다. 바다는 구조자와 조난자를 구별하지 않는다. 미국 해안경비대 역사에서 이런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당시에도 해안경비대는 1만 2,000명 이상을 구조했지만, 구조 헬기와 보트 자체가 극한 기상에 노출돼 대원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해상·공중 수단의 분업과 다기관 공조가 생존율을 결정한다고 지적한다.
연방 기관과 지역 경찰의 합동 대응은 이번 작전의 핵심 성공 요인이다. 미국 해안경비대, 세관국경보호청, 푸에르토리코 경찰 FURA가 각자의 역할을 정확히 분담했다. FURA 헬기가 먼저 현장에 도착해 생존자 위치를 확인하고 2명을 구조하는 동안, 해안경비대 제이호크는 구조수영사를 투입해 나머지 3명을 건져 올렸다. 단일 기관이 아닌 3개 기관의 톱니바퀴 같은 공조가 5명 전원 생환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