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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감사관실 보고서로 드러난 텍사스 메스키트 공장 참사…한화·풍산엔 열린 문
미 육군이 제너럴다이내믹스에 5억 3300만 달러(약 7400억 원)를 지급하고 텍사스에 세운 155㎜ 포탄 공장이 개장 2년이 넘도록 규격에 맞는 포탄을 단 한 발도 만들지 못했다.
미 국방부 감사관실이 지난 7월 9일 공개한 평가보고서와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가 8월 12일 내놓은 취재 결과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데도 육군이 이 회사에서 되돌려 받은 돈은 한 푼도 없다.
공장이 선 곳은 댈러스 동쪽 교외 메스키트다. 2024년 여름 이곳에서는 로봇 팔에 불이 붙는 일이 반복됐다고 전직 근로자 4명이 프로퍼블리카에 증언했다.
섭씨 980도로 달군 강철 덩어리를 옮기던 로봇이 윤활유를 뒤집어쓴 채 불길에 휩싸였다. 한 번은 케이블이 녹아 일주일간 가동이 멈췄다.
거대한 프레스 기계는 밤마다 대형 해머로 두들겨야 겨우 돌아갔다. 포탄 앞머리를 매끄럽게 다듬어야 할 장비는 쇳덩이를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뭉개놓았다.
전직 직원 퀀텔 화이트는 표준화된 작업 방식이라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시작은 2022년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포탄 수요가 폭발했지만, 당시 미국에서 155㎜ 포탄 금속 탄체를 만드는 회사는 제너럴다이내믹스 하나뿐이었다.
생산 기지는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의 100년 된 공장, 공법은 한국전쟁 시절 그대로였다.
👤 인물 파일: 피랏 게젠 | 제너럴다이내믹스 병기·전술체계 부문 전 사장. 엔지니어가 아닌 재무 출신으로 6년간 부문을 이끌었다. 2020년 육군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계약한 펜실베이니아 소규모 업체를 인수해 155㎜ 탄체 시장 지배력을 굳혔다. 2025년 1월 퇴임했고, 업계 일각에서는 메스키트 사태가 배경이라고 본다. 본인은 이를 부인하며 가장 빠른 선택지였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검증된 방식을 그대로 복제해 늘리는 길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이 회사 병기·전술체계 부문 사장 피랏 게젠은 다른 카드를 꺼냈다. 터키 업체 렙콘의 유동성형 설비였다.
같은 장비로 여러 구경의 포탄을 찍어낼 수 있고, 이미 만들어둔 생산라인이 있어 빠르다는 논리였다.
문제는 그 장비가 구형 포탄용으로 설계됐고 미 육군이 쓰는 신형 강철로는 한 번도 포탄을 뽑아본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렙콘은 고객 비밀 유지를 이유로 실제 가동 중인 라인의 실사조차 거부했다.
여기서 제동을 걸었어야 할 제도가 스스로 손을 놨다. 2022년 12월 의회는 우크라이나 관련 사업에 한해 경쟁입찰 의무와 미확정 계약행위 제한을 면제했다.
📖 용어 해설 | 미확정 계약행위 | 정부와 업체가 가격과 조건을 확정하기 전에 우선 작업을 시작하도록 허용하는 계약 방식이다. 긴급 상황에서 속도를 확보하는 장치지만, 시간이 갈수록 협상력이 정부에서 업체로 넘어가는 구조적 약점이 있다. 한 방산업계 임원은 이를 비행 중에 비행기를 만드는 격이라고 표현했다.
육군은 이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수의계약을 몰아줬다. 그리고 게젠이 제안한 라인 한 개가 아니라 세 개를 한꺼번에 주문했다. 어느 것도 작동한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였다.
한 전직 육군 당국자는 빨리 가야 한다는 압박이 엄청났다고 프로퍼블리카에 털어놨다. 감사관실은 육군 관계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장비 조달 계획의 위험을 수용했다고 적시했다.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는 일과,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하는 최소한의 절차를 없애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밖으로 나가는 이야기는 딴판이었다.
2024년 5월 29일 개장식에서 크리스틴 워머스 당시 육군장관은 회사 최고경영자 피비 노바코비치와 게젠을 호명하며 훌륭한 성과라고 치하했다.
그날 전시된 포탄은 다른 곳에서 실어온 것이었고, 한 근로자가 집어든 포탄은 플라스틱 모형이었다고 전직 직원 3명이 증언했다.
노바코비치는 그해 7월 투자자들에게 첫 번째 라인이 예상대로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는 쓸 수 있는 포탄이 나오지 않았다는 게 전직 근로자 6명의 증언이다.
9월에는 육군 조달 총책임자 더그 부시가 기자들 앞에서 중대한 지연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 발언 다음 날, 메스키트의 한 노동자는 뭉개진 포탄 사진을 찍었다.
결말은 2025년에 왔다. 6월 육군은 계약 해지 검토를 통보했고, 8월 세 개 라인 중 두 개의 작업을 중단시켰다. 그때까지 이 회사가 놓친 마감 시한은 여덟 차례였다. 그런데도 육군은 계약을 일방 해지하지 않았다.
채무불이행 해지는 소송으로 수년이 걸리고 변호사 말고는 아무도 이기지 못한다는 게 전직 육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히려 정부는 그해 12월 포탄을 한 발도 만들지 못한 2·3번 라인에 진척금 2630만 달러를 지급했다.
라인 중단 이후 1년간 이 부문이 새로 따낸 계약은 25억 달러에 이른다.
렙콘의 미국 법인은 지난 3월 파리젠 테크놀로지스로 간판을 바꿔 단 뒤 4억 3500만 달러짜리 폭약 공장 수의계약을 받았다.
돈보다 뼈아픈 것은 전력 공백이다. 감사관실에 따르면 육군의 155㎜ 포탄 생산량은 올해 3월 기준 월 3만 6000발로 목표치 월 10만 발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메스키트가 책임졌어야 할 3만 발이 통째로 빈자리로 남았다.
지난 4년간 미군의 155㎜ 재고는 360만 발 줄었고, 그중 300만 발 이상이 우크라이나로 갔다. 탄약 현대화에 이미 45억 달러를 쏟아부은 뒤의 성적표다.
이런 감시는 미국 보수의 오래된 전통이기도 하다. 1941년 상원의원 해리 트루먼은 자기 차를 몰고 1만 마일 넘게 군 기지를 돌며 방산 계약의 낭비를 파헤쳤다.
그가 이끈 특별위원회는 100억에서 150억 달러를 아낀 것으로 평가되고, 그 성과가 무명의 상원의원을 부통령 자리로 올렸다.
강한 국방과 납세자에 대한 책임은 대립하는 항목이 아니다. 세금 1달러가 실제 화력으로 바뀌는지 따지는 일이야말로 국방을 강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하원 군사위원장 마이크 로저스가 주도해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담긴 조달 개혁 법안이 수십 년 만의 개혁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속도만 높이고 성과 없는 업체를 상대로 한 환수 장치를 함께 조이지 않으면, 메스키트는 마지막이 아니라 예고편이 된다.
지난 1월 28일 미 육군은 아칸소주 파인블러프 조병창에 한화디펜스 미국법인이 13억 달러를 투자해 화약·추진제 원료 공장을 짓고 운영하는 임대 계약을 승인했다.
미군 기지 안에서 외국 기업이 탄약 관련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이례적인 결정이었고, 톰 코튼과 존 부즈먼 등 아칸소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일제히 환영 성명을 냈다.
8월 18일에는 같은 회사가 기동전술포 사업 시제품 계약을 따냈다. 초기 1억 300만 달러, 최대 2억 6290만 달러 규모로 차륜형 자주포 6대를 납품하고 12대 옵션이 붙는다. 한국 방산 완제품이 미 육군에 진입한 첫 사례다.
기회의 크기만큼 교훈도 분명하다. 렙콘이 무너진 것은 터키 회사여서가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약속을 팔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 동맹국 기업에 요구되는 첫 번째 자격은 기술 홍보가 아니라 납기와 규격이다.
포탄 소재부터 완성탄까지 일관 생산체제를 갖춘 풍산, 폴란드와 노르웨이 등 10개국에 자주포를 수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금 미국에서 평가받는 지점도 결국 약속한 날짜에 규격품을 내놓느냐다.
스키트 공장은 지금 터키산 설비 대부분을 스크랜턴식 전통 장비로 교체하는 중이며, 육군은 이 시설이 월 2만 발을 만들어내길 기대하고 있다.
출처 및 참고자료
본 기사는 아래 1차 자료와 보도를 교차 확인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