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이란 유조선 5척 격침…브렌트유 98달러 육박

나흘 새 8척 무력화…이란은 쿠웨이트·바레인 정박 유조선 보복 위협, 한국 원유 95%가 지나는 호르무즈 다시 얼어붙어

미 중부사령부가 9월 8일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원유 운반선 5척을 파괴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틀 사이 두 차례에 걸쳐 미 해군 군함을 탄도미사일로 겨냥한 데 대한 보복으로, 해당 군함은 두 차례 공격을 모두 회피했고 미군 인명 피해는 없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콜롬비아 방문 중 기자들에게 이란이 미 해군 함정을 때리려 시도할 때마다 유조선을 잃게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파괴된 선박은 오만만의 M/T Kaviz, M/T Charminar, M/T Horizon 1, M/T Riesco 4척과 카르그섬 인근의 M/T Derya 1척이다.

중부사령부는 타격 전 승조원들에게 퇴선을 지시했다고 밝혔으며, 이들 선박이 혁명수비대와 역내 대리 세력에 자금을 대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그림자 네트워크’의 일부라고 규정했다.

📖 용어 해설 | 그림자 함대 / 그림자 네트워크: 제재를 피해 이란·러시아산 원유를 실어 나르는 노후 유조선단. 선적국을 수시로 바꾸고 자동식별장치(AIS)를 끄며, 정식 보험 없이 운항하는 경우가 많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 선단을 혁명수비대와 역내 대리 세력의 자금원으로 지목하고 있다.

셈법은 노골적이다. 사흘 전인 9월 5일에도 미군은 이란 유조선 3척을 무력화했고, 당시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관은 미군 함정 두 척을 쏘면 이란 배 세 척을 없애겠다며, 필요하다면 이란의 노출된 유조선단을 파괴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인물 파일: 브래드 쿠퍼 | 미 중부사령관(해군 대장). 이전에 바레인 주둔 제5함대 및 해군중부사령부를 이끌며 걸프 해역 작전을 지휘한 ‘호르무즈 전문가’다. 이번 캠페인에서 “우리 배 두 척을 쏘면 그쪽 세 척을 없앤다”는 비례 초과 대응 원칙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나흘 만에 이란 배 8척이 사라진 셈이다.

지금 미국은 이란의 팔이 아니라 지갑을 겨누고 있다. 유조선 한 척은 이 정권에게 현금인출기 한 대다. 카르그섬은 전쟁 이전 이란 원유 수출의 90%가 빠져나가던 허브다.

이란도 가만있지 않았다. 테헤란은 요르단의 미군 표적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더 위험한 건 그다음 수순이다.

혁명수비대 해군은 쿠웨이트와 바레인 부두 인근 유조선 승조원들에게 정박 중이든 계류 중이든 즉시 배를 떠나라며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두 나라가 미군의 공격에 협조한 ‘파트너’라고 비난했다.

테헤란은 페르시아만에 추가 제한수역을 설정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바레인에는 미 5함대 사령부가 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8일(현지시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97.92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는 93.03달러로 마감했다.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27일 브렌트유는 72.48달러였다.

최근 10일간 호르무즈를 통과한 상선은 하루 평균 10척 안팎으로 5월 이후 최저치이며, 골드만삭스는 해상 공격이 더 격화될 경우 유가가 12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전략비축유(SPR)는 2억 9,000만 배럴 아래로 떨어져 198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미국인의 체감은 주유소에서 온다. AAA 기준 경유 전국 평균가는 갤런당 5.8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휘발유는 4.15달러다. 브라운대 왓슨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개전 이후 미국 가구는 연료비로 평균 764.59달러를 썼는데, 평시보다 418.82달러 많은 금액이다.

역사는 이 장면을 기억한다.

1984년부터 1988년까지 이란과 이라크는 서로의 유조선을 800척 가까이 공격한 ‘탱커 전쟁’을 벌였다. 미국은 1987년 쿠웨이트 유조선에 성조기를 달아주는 ‘어니스트 윌 작전’으로 개입했고, 1988년 ‘프레잉 맨티스 작전’에서 이란 해군 상당 부분을 하루 만에 침몰시켰다.

그해 여름 이란은 휴전을 받아들였다. 해상 압박이 통했다는 근거이자, 그 압박이 4년을 끌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킴벌리 스트라셀은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 시작한 에너지 독립 정책이 셰일 혁명을 가속해 미국을 석유제품 순수출국이자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만들었고, 그 덕분에 미국과 동맹국이 지금의 걸프 사태를 견딜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1979년의 미국이었다면 오늘의 호르무즈는 훨씬 더 아팠을 것이다.

반론도 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대니 시트리노비츠는 이런 주고받기가 추가 보복과 세계 경제 충격을 부를 뿐이며 호르무즈 문제에 군사적 해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들여오는 원유의 약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그런데 이번 국면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버티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공급선 교체다. 한국의 미국산 원유 비중은 16.5%에서 20.5%로 뛰어 처음 20%를 넘었고, 사우디아라비아산은 33.1%에서 30.5%로 줄었다. 미국의 에너지 증산이 결과적으로 한국의 안전판이 된 셈이다.

다른 하나는 가격 통제다. 9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는 L당 1,860.2원으로 16주 연속 하락했고, 정부는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실제 3.1%가 아니라 3.6%였을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청구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 도입된 이 가격 상한제로 발생한 손실을 공급업체에 어떻게 보전할지 정부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가격을 누르는 순간 비용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장부만 옮겨 갈 뿐이고, 그 장부의 최종 서명자는 납세자다. 해운 쪽 숫자는 더 직설적이다. HMM 소속 유니버설 위너호는 호르무즈를 한 번 통과하는 데 약 200만 달러(약 30억 원)의 전쟁보험료를 물어야 했고, 해협에 묶인 국적선은 25척에 달했다.

금융위원회는 현대해상·삼성화재·메리츠화재·KB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 등 10개사가 공동인수 방식으로 중소·중견 선사 선박 10척의 통항 전쟁보험을 떠맡도록 했다.

증시도 이미 대가를 치렀다. 전쟁 발발 이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10조 원을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은 9월 7일 장중 1,334.7원까지 내렸다가 1,340원대로 되돌아섰는데, 유가가 100달러를 뚫으면 무역수지와 물가가 동시에 원화를 끌어내린다.

미국에 사는 한인 독자에게는 계산이 더 간단하다. 트럭 한 대 굴리는 자영업자, 델리와 세탁소 배송비, 학교 통학 거리까지 갤런당 5.85달러짜리 경유가 전부 건드린다. 유가는 워싱턴에서 결정되지만, 청구서는 우리 동네 주유소에서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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